[GRIT] 첫번째 이야기


경고! 본 글은 작성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주 짙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토론은 서로의 생각을 빠르게 흡수함으로써 생각을 발전시키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떠한 피드백이나 다소 공격적인 조언도 감사히 받지만 인신공격이나, 논리가 없는 주장은 서로에게 상처만 될 뿐이라는 점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 리뷰는 해당 책 내용에 대한 요약과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서로 비슷한 곳을 읽고 있다는 전제 조건 하에 진행됩니다.


러닝머신, 그거 굳이 뛰어야 돼?

하버드 대학교의 실험


이번에 다를 주제는 『GRIT』에서 인용한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이다.

1940년 하버드 대학교 연구자들은 하버드대학교 2학년생 130명에게 최대 5분동안 러닝머신에서 뛰라고 요청했다. 러닝머신의 경사를 높이고 속도를 최대로 설정해서 학생들은 보통 4분밖에 버틸 수 없었다. 겨우 1분 30초를 버틴 이들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기준 체력보다 힘들게 러닝머신을 설정함으로써 ‘지구력과 의지력’을 측정해냈다. 그들은 학생들의 지구력뿐만 아니라 피험자의 ‘스스로를 다그칠 용의 또는 너무 고통스러워지기 전에 중지하는 경향’과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학생들의 ‘그릿’을 측정한 실험이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조지 베일런트라는 정신과 의사가 이 실험에 참가했던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이제 60대가 된 피험자들은 대학 졸업 후부터 2년에 한번씩 작성한 설문지, 서신, 심층면접 기록 등 온갖 자료가 하버드 대학교에 보관되어 있었다. 베일런트는 그 모든 정보를 종합해 성인기 전반의 심리적 정응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20세에 러닝머신에서 달린 시간은 성인기의 심리적 적응을 예측해주는 신뢰할 만한 변인으로 밝혀졌다.



귀찮은데…


진심으로, 나는 내가 러닝머신 실험에 참가했다면 적당히 뛰다가 포기할 것이다. 아마 꽤 빨리 포기한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GRIT’ 수치가 높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할 무렵, 나는 체력검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평생 운동이라고는 손가락운동밖에 하지 않던 커다란 몸뚱아리는 인생 첫 팔굽혀펴기 최대 2개라는 대기록을 안겨줬다.

어떻게든 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던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아침 6시에 헬스장 PT를 2시간정도 받고, 등하교 후 체대입시 학원에서 1시간, 다른 일반교과 학원 갔다와서 21시부터 23시까지 헬스장 자율 운동 2시간을 버티며 한달동안 살았다. 매일 풀만 먹는 식이요법은 덤이었다.

나름 내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이었다. 그 결과 한달만에 84kg이던 체중은 76kg까지 무려 8kg이 빠졌고, 입학시험에서 체력검정도 무난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체력검정 시즌이 오기 전까지는 운동도 대충 하는둥 마는둥 하고 그냥 체력 유지만 하자는 생각으로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또한 ‘GRIT’을 측정하는 일부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러닝머신 실험에 참가했다면, 구미가 당기는 보상이 있지 않고서야 굳이 뛸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맞는 말이긴 하지!


처음에는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물론 똑똑하신 하버드 교수님들께서 당연히 이런 생각을 못하실리는 없었을 것이고,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아마 시간에 따른 보상이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베일런트 교수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셨나 보다.

“나는 그다지 끈기가 없어요. 비행기에서도 십자말풀이를 하다가 잘 안풀리면 항상 정답을 보는걸요.


그러자 저자가 반문한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투지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베일런트 교수님이 답변한다.

“하버드대학교 종단연구가 마무리된 것은 내가 한결같이 고집스레 끌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 연구 하나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신경 썼죠. 내가 매료된 연구거든요.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흥미로운 일은 없으니까요.”



러닝머신에 매료될 필요는 없잖아?


누구나 쉽게 포기한다. 지나치는 버스를 잡으러 뛰어가다 뛰기 귀찮아서, 혹은 땀을 내고싶지 않아서 다음 버스를 타기도 하고,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다 이불 속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2~3시간 더 자기도 한다.

일상 속 작은 포기에 연연하지 말자. 내가 ‘GRIT’ 점수가 낮은 것은 아닐지 걱정하지 말자. 굳이 뛸 필요가 없던 러닝머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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